남자들은 왜 기념일에 무관심할까?

글 모 음/연애학개론 | 2005. 6. 21. 23:25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지난 크리스마스, 새해 첫날, 그가 무관심한 채 지나쳐 버려 모두 별 볼일 없이 보내야 했던 당신. 이제 발렌타인 데이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그가 아직도 바쁘다는 핑계만 댄다구요? 도대체 남자들은 왜 기념일에 무관심한 걸까요? 그 내막을 캐봅시다.



남자들이 기념일에 무관심한 것이 아니라 애써 회피하는 것이라는 게 맞는 표현일 겁니다.
무슨무슨 날을 챙기고 세심하게 선물을 준비하고 기뻐할 이벤트를 만드는 일 같은 것은 남자가 할 일이 아니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이죠. 이관재 씨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얼마 전, 아주 친한 친구가 영국에서 잠깐 다녀간 적이 있습니다. 그 친구는 유학중입니다. 출국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만나 술을 한잔 하기로 했는데, 제 여자친구가 저에게 박스 하나를 주는 겁니다. 그 친구에게 주라면서 말입니다. 뭐냐고 물었더니 내복이라는 거예요. 영국은 우리나라보다 겨울이 더 춥다면서, 내복이 정말 쓸모 있을 거니까 제가 산 것처럼 해서 주라는 겁니다. 속으로는 그런 일까지 마음 써주는 여자친구가 고마웠지만, 겉으로는 이런 것은 뭐하러 샀느냐, 그 친구라고 옷이 없겠느냐, 나는 이런 것 못 전해준다, 이렇게 이야기하고 말았습니다. 왜 그랬냐구요? 다른 친구들도 많은데 저만 그런 것 준비해서 선물하는 것이 영 겸연쩍고 창피하잖아요. 계집애도 아니고….”
문제는 여기에 있습니다. ‘계집애도 아니고’. 그러니까 남자들은 작고 아기자기한 것을 신경 쓰고 챙기는 것이 남자답지 못한 부끄러운 일이라고 생각하는 겁니다. 남자들이 머릿속으로 그리고 꿈꾸는 ‘쿨한 가이’의 모습이란, 여자들이 생각하는 그것과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남자들은 이런 식이죠. ‘선물? 뭐, 선물할 수도 있지. 하지만 일부러 신경 써서 한 것 아닌 듯, 포장 같은 것 안하고 그냥 툭 던져주는 거, 이런 게 진짜 사나이다운 것 아니겠어.’ 겉으로 보기에는 무심한 것 같으나 속에는 아주 깊고 우직한 애정이 담겨 있다, 여자는 그런 모습을 보고 더 깊이 감동한다, 대충 이런 시나리오가 남자의 머릿속에는 들어 있는 겁니다. ‘사랑한다는 걸 꼭 말로 해야 아나?’라며 애정 고백에 인색한 자신을 오히려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남자들의 태도도 다 이런 생각에서 나온 것일 겁니다. 의리, 무언의 교감, 끝까지 참다가 던지는 한마디 ‘마이 묵었다, 고마해라’. 이른바 남자들의 세계라는 것이 던져주는 남성성의 환상이 남자들의 머릿속에 들어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절대 치유가 불가능한 병일까요? 그렇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정말 이상했어요. 선물을 주고받고, 그런데 한두 번 해보니까 재미있더군요. 선물을 고르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것도 좋고, 제가 좋아하는 사람이 그걸 받고 좋아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좋고. 그래서 이제는 제가 더 열심히 챙기는 편입니다.”
자영업을 하는 32세 홍영국 씨의 이야기입니다. 남자들이 기념일에 약하고 기념일을 피하는 것은 자라면서 그런 문화를 접할 기회가 없었고 그래서 익숙하지 못하며 그것이 얼마나 즐거울 수 있는가를 느끼지 못했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초등학교 때야 모두 모여 생일 파티도 하고 선물도 주고받았다 하더라도 머리가 큰 고등학생들이 도란도란 모여 앉아 생일 파티를 하고 크리스마스 선물을 주고받겠습니까. 생일은 다시 태어난 기분을 느낄 만큼 술을 퍼마시는 날, 크리스마스는 교회 핑계대고 마음놓고 외박하는 날, 십대 남학생들의 국어사전은 아마 이렇게 바뀌어 있을 겁니다. 그러니 이렇게 생활하다가 사랑하는 여자가 생겼고, 이제 그녀가 단둘이 크리스마스를 즐기자, 생일 파티를 하자고 하니 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하기만 한 겁니다. 대부분의 남자들이 기념일을 챙기고 즐기는 것이 재미있다는 사실을 알기만 한다면 그 다음부터는 ‘왜 남자들은’이라는 이야기가 안 나오게 될 겁니다.




하지만 의외로 요즘은 기념일 챙기는 것을 좋아하는 남자들도 많이 있더군요. 이 글을 위해 인터뷰한 이십대의 남자들은 대부분 자신들은 절대 그렇지 않으며 기념일을 소홀히 하는 것은 아저씨들에게나 해당되는 이야기라고 항변합니다. 28세의 회사원 국승재 씨의 이야기를 들어볼까요. “12월 31일에도 여자친구와 둘이 선물을 주고받고 제야의 종소리를 들으면서 케이크에 불을 붙였어요. 2003년이 딱 되는 순간 소원을 빌며 촛불을 껐습니다. 제 또래의 직장동료나 친구들도 때가 되면 여자친구뿐 아니라 그 친구나 동생들 선물까지 챙기는 걸요.” 제가 보기에도 조금은 의외의 반응이었습니다. 회사에서도 전화로 꽃 배달을 시키고 케이크나 선물을 인터넷으로 주문하는 일이 많다고 합니다. 남자답지 못하다고 흉볼까봐, 그런 일을 하는 것은 여자에게만 신경 쓰는 것처럼 보일까봐, 여자친구의 전화도 제대로 못 받는다는 남자들의 모습이 달라졌다는 겁니다. 자, 이쯤 되고 보면, 남자친구가 이십대인 데도 기념일을 나 몰라라 한다면, 정말 마초인 남자로 심각한 문제가 아니겠습니까. 남자가 여자 맘을 사로잡을 수 있는 방법 1순위가 선물 공세라는 사실을 이제 모르고 있는 남자가 없다고 합니다. 왜 내 남자는? 글쎄요. 여자가 챙겨주기를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르죠.

P.S 기타 궁금한 사항은 메일로 주시면 답변을 드리겠습니다.
메일주소 : maknae (골뱅이) 아웃룩(outlook) . com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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