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몸을 기억해

글 모 음/연애학개론 | 2005. 4. 10. 15:58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사랑하는 사람과 가슴 아픈 이별을 했다고 치자. 슬픔에 잠겨 밥도 먹기 싫고,밤엔 잠도 오지 않는다. 머릿속은 온통 그 사람 생각뿐,공부고 일이고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는다. 뭐,어쨌든 한동안은 그렇다. 하지만 세월이 약이라고 했던가. 시간이 지나면 조금씩 무디어져 간다. 눈만 감으면 떠오르던 얼굴도,절대 잊을 수 없을 것 같았던 목소리도,어느덧 희미한 기억 저편으로 사라져 마침내 일부러 기억을 하려고 해도 잘 되지 않는 때가 결국 오고야 마는 것이다.

이별 후 그 사람에 대하여 가장 오랫동안 남는 기억은 무엇일까. 잘생긴 외모? 부드러운 목소리? 물론 사람마다 차이는 있겠지만,의외로 시각보다는 청각이,또 청각보다는 후각에 대한 기억이 더 오랫동안 남는다는 주장도 제법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이별 후 한참이 지난 어느 날 밤 예고 없이 걸려온 그 사람의 전화 목소리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던가,지하철이나 백화점 엘리베이터 등 혼잡한 공간에서 문득 그 사람이 즐겨 쓰던 향수 냄새를 맡았을 때 북받치는 감정을 가누지 못해 급히 자리를 떠나야 했던 경험담을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오랫동안 남는 것은 그 사람의 몸에 관한 기억이다. 예를 들어 피아노라든가 기타 같은 악기를 다루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경험하게 되는 것인데,바로 ‘손가락이 악보를 기억한다’는 것.

처음에는 눈으로 보고 머리로 생각하며 연주를 하게 되지만,어느 정도 움직임이 반복되어 몸이 그것을 기억하게 되면 그 다음부터는 굳이 생각하지 않더라도 손가락이 저절로 움직여 악기를 연주하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한번 몸이 익힌 것은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도 여간해선 잊혀지지 않는데,마치 자전거 타는 법을 한번 배우고 나면 평생 까먹지 않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하겠다.

하물며 사랑하는 남녀가 알몸으로 뒹굴면서 서로의 몸을 탐해 왔다면,어떻게 그 생생한 느낌을 쉽게 잊을 수 있겠는가. 혹자는 ‘여자는 벗겨놓으면 다 똑같아’라고 하지만,이건 정말 뭘 몰라도 한참 모르는 소리다. 모양새야 언뜻 보면 다 비슷비슷해 보이지만,실제로 만져보고,쓰다듬고,핥아보았다면,그리고 그런 행위를 반복해서 계속해 온 사이라면,절대로 그 사람만의 고유한 느낌을 잊을 수가 없는 것이다.

남성편력이 화려한 C양은 어느 날 술자리에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만약 깜깜한 어둠 속에서 누군가를 찾아내고 싶다면 섹스를 해 보면 돼. 남자들마다 섹스하는 스타일도 다르고,물건의 모양과 크기도 다 달라서 누구인지 금방 알 수 있다구.’

몸이 기억하는 건 머리가 기억하는 것보다 훨씬 더 원초적이며,매우 강렬하고 분명한 기억을 각인시킨다. 그대의 연인을 몸으로 기억하고 싶은가? 그렇다면,오늘 한번 그 사람과 눈을 감고 섹스해 보는 건 어떨까. 아무 말도 필요 없다. 오직 서로의 숨소리를 들으며 몸으로 느끼는 것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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